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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등학생들의 격렬한 시위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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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103회 작성일 26-10-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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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 백철현 편집위원 



 

열악한 교육현실에 저항하는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시위가 프랑스 전체 고등학교 3700개교 중 1200개교 이상으로 확산됐다. 대학생들과 노동자들도 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26만 명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2000여 개의 고등학교가 봉쇄되거나 문을 닫았다. 이 투쟁 과정에서 5천여 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85%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과 극우 세력은 급진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학생들을 선동해 폭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이 무려 4,250명이 체포당하고 15세 학생이 진압용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가 폭발해 손목이 잘려 나가고 16살 학생이 경찰 고무탄에 맞아 실명하고 물대포, 최루탄이 난무하는 프랑스는 더 이상 똘레랑스(관용)의 나라도 아니고 민주주의의 나라도 아니다. 누군가의 배후 조종의 의해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악선전에 비해 한 프랑스 고등학생의 언론 인터뷰는 그들이 얼마나 자주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이 투쟁의 거대한 의의를 자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며칠 전부터 도로 봉쇄 시위를 시작한 고등학생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이 운동에 참여할 역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우리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소수의 사람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전 세계적인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폭력이 해결책이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멸시받는다고 느낍니다. 특히 엘리트들과 우리 사이에는 너무나 큰 격차가 존재하며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Democracy Now 유튜브 영상, 2026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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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등학생 투쟁, 출처 : 이투데이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의 문제를 다루면서 세대 간 갈등이 청년들의 소외와 박탈감을 낳고 있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간의 갈등이 학생, 교사의 인권문제, 교권문제를 낳고 있다는 분석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요즘 유행하는 어쭙잖은 세대론, 세대 갈등론을 한 방에 잠재우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 “청년을 위한 나라도 없다.” 이 투쟁은 청년세대가 중장년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이 아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서로 다투며 학생들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도 아니다. 이는 계급투쟁이다. 가장 격렬하게 진행되는 계급투쟁이다. 이들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노동자계급의 자녀들이다.

 


선망 대상에서 절망 대상으로 추락한 프랑스 교육현실

 

이 시위는 지난 9월 21일 파리 남동부 교외의 파리 외곽 크레테유(Créteil) 등 일부 지역 고등학교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 바퀴벌레와 쥐가 돌아다닌다”

“날씨에 따라 교실 온도가 찜통처럼 더웠다가 영하로도 떨어진다.”(박종익 기자, now news,

2026-10-02)

학생들은 과도한 수업 일정과 과밀한 학급, 만성적인 교사 부족, 노후화한 시설 등을 문제 삼으며 교육 환경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빈곤율이 높은 파리 북무 외곽 센생드니 지역 고등학생의 3분의 2가 지난 10월 1일 시위에 참여할 정도로 학생들의 불만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사무총장 소피 비네(Sophie Binet)가 2026년 10월 5일자 리베라시옹 신문에 기고한 글에 이 투쟁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다.

 

우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그것도 대부분 미성년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며칠 전부터 과밀 학급, 교사 부족, 학교 시설 악화, 사회적 차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분노를 표출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노동자 계급 거주 지역, 도심, 농촌 지역의 고등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 젊은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공화국의 학교, 즉 자유와 평등, 박애의 학교이다...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않은 세대가 왜 거리로 나왔는지 묻는 대신, 그는 비난할 대상을 찾고 있다. 마티뇽(Matignon) 총리는 그들의 요구를 다루는 대신 "조작", "도시 폭력", "소규모 집단", 심지어 "극좌 대리인"까지 언급한다!...

그러한 움직임은 수년간 서서히 고조되어 왔다. 젊은이들의 생활 및 교육 환경이 이처럼 악화된 적은 드물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학급 규모와 강의실 과밀, 충원되지 않는 교사, 기후 변화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낡은 학교 건물, 미래를 짓밟는 기계와 다름없는 파르쿠르섭(Parcoursup)으로 인한 고등 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 침해, 치솟는 생활비, 그리고 감소하는 부모 소득…

무엇보다도, 고등학생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제시하는 미래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우리에게 되돌려줍니다.(“한 세대가 희생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현재의 열악한 교육 불평등, 처지를 둘러싼 싸움인 동시에 미래에도 이러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프랑스 복지국가와 교육은 한 때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귀족 사립학교와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해보면 왜 학생들이 이 교육 불평등과 차별에 분노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프랑스 극성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다. 프랑스 매체들은 매년 바칼로레아(고등학교 졸업 자격증) 합격률 등을 바탕으로 전국 고교 순위(Classement des Lycées)를 발표한다...프랑스 학부모들은 이런 명문고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이런 학교가 속한 학군(파리 5·6·13·14구)의 부동산은 인기 상한가를 달린다. 이 지역 부동산 소개소 유리창에 붙은 원룸 매물 전단엔 'H4와 LLG 인근'이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원룸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면 창고 또는 차고 등을 빌려 주소지를 만든다.

프랑스 대학은 평준화되었지만,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코스 '그랑제콜(Grandes Ecoles)'에 입학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 코스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2~3년 동안 프레파(Prépa·그랑제콜 입시 준비반) 과정을 거친다. 프레파는 주요 명문고에 설치된 별도의 대학 학부 과정으로, 고교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거둔 학생들 위주로 선발한다.(최연진 특파원, 김선엽 기자, [월드 톡톡] 위장전입·청탁… 프랑스도 못말린 그랑제콜 입시열, 조선일보,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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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숙형 사립학교



평등교육, 철학교육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알려졌던 프랑스교육의 실제 현실은 강남 대치동을 연상케 하며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개천에서 용난다”가 전설이 되었듯, 프랑스 교육도 가난은 가난을, 부는 부를, 무권리는 무권리를, 권력은 권력을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었다. 프랑스 고급 고등학교를 거쳐 들어가는 그랑제꼴은 프랑스 지배계급을 양산하고 재생산하는 보급소이다.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들 열에 아홉은 그랑제꼴 출신이다. 프랑스 대기업의 CEO 90% 이상이 그랑제꼴 출신이라는 통계 결과도 있다.(빨간 청개구리, “프랑스에도 스카이캐슬은 있다”, 2020년 8월 2일 브런치)

 

일반 고등학교의 과밀 학급, 교원수 부족, 열악한 시설에 비해 고급 고등학교를 비교해보라.

 

기숙사형 사립학교를 뜻하는 보딩스쿨 중 최고 수준인 필립스 엑시터의 가장 큰 특징은 ‘하크네스 테이블’이란 토론인데요. 모든 수업이 소규모의 학생과 교사가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해요.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하면서 사고력을 키우고, 다른 학생의 발언을 들으며 정보와 지식도 함께 쌓아가는 것이죠.

전교생이 8백 명을 넘지 않는 작은 학교지만 교사 1명이 약 8명의 학생을 담당해 집중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방과 후에는 하우스마다 있는 하우스 마스터와 3명의 튜터들이 이들의 인성교육을 중점적으로 도맡는다는 톤브리지스쿨~ 하우스 시스템은 인성과 감성, 지성까지 모두 겸비한 학생을 키워내는 이 학교만의 전통이에요.(“세계적 명문학교에는 특별함이 있다”, 경기도교육청, 2018년 5월 30일)

 

과연 프랑스의 스카이 캐슬에도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겠는가? 이 학교에도 건물이 낡아 지붕이 새고 냉난방이 되지 않아 여름에는 찜통이고 겨울에는 추위로 벌벌 떨겠는가? 교사 1명이 겨우 8명을 담당하는 고급학교와 교사가 부족해서 일부 과목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일반 고등학교와 비교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고등 교육 진학에 있어 사회적 선별을 심화시키는 파르쿠르섭(Parcoursup) 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파르쿠르섭(Parcoursup) 제도는 고등학교 졸업시험(바칼로레아)을 마친 수험생이나 진로 변경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프랑스 고등교육기관(대학교, 그랑제꼴 준비반, 기술전문계열 등)의 입학을 위해 사용하는 프랑스의 국가 대입 지원 온라인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APB(Admission Post-Bac) 제도를 대체하여 2018년에 공식 도입된 이 제도는 각 대학과 교육기관이 학생의 자기소개서, 이력서, 고교 성적 등 제출된 서류를 개별 검토하여 학생을 선별하는 입학허가제도이다.

특히 스타니슬라스 고등학교가 파르쿠르섭(Parcoursup)을 준수하지 않고 "일부 학생들이 그랑제콜(Grandes Écoles, CPGE) 예비반 입학을 보장받는 대가로 파르쿠르섭에서 다른 선택 과목을 포기하도록 권유"하여 특혜 입학을 시켰는데 여기에는 아멜리 우데아-카스테라 교육부 장관의 아들도 있었다. 이 사건은 학생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 복지국가의 수립과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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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교사 1,588명 감원 계획에 맞서 교사들이 투쟁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이번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프랑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의 중등 학생 1인당 평균 교육예산 지출액은 2010년 1만1천910유로에서 2024년 1만1천660유로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프랑스 신임 교사의 월급은 약 2,000유로 내외로, 프랑스 최저임금(약 1,400유로)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교사 지원자가 급감하여 전국적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교사가 부족하거나 장기 결근 시 대체인력이 없어 고등학생들이 수개월 동안 필수 수업을 듣지 못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임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지난 7월 공공 부채 감축 등 긴축 재정안과 생산성 확대를 명목으로 공휴일 이틀 폐지안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국가 마비 운동’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17만5000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와 철도가 멈추고 곳곳에서 화재도 발생했다. 이미 이 투쟁에서도 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하며 전국적으로 약 100개 고등학교에서 수업이 차질을 빚고 이 중 27개 학교가 봉쇄됐다.

반면 긴축 운운하면서도 프랑스 국방예산은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2027년 국방 예산은 634억 유로(약 94~103조 원) 규모로 이는 2026년 예산(57억 유로 수준)에서 대폭 증가한 수치다. 우크라이나 중동 등 해외에서의 제국주의 전쟁에 개입하고 나토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인 동시에 이번 무장한 경찰 폭력에서 보듯, 치안유지,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진압하기 위한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은 계급불평등의 결과다. 프랑스 복지국가가 추락하면서 계급불평등을 낳았다. 프랑스 복지국가는 프랑스대혁명 이래 세계 최고의 계급투쟁의 나라인 프랑스 민중의 역사적인 투쟁 결과로 만들어졌다. 1933년 독일에서 파시즘이 권력을 잡은 뒤, 1934년 2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의회정치를 전복하고 파쇼체제를 수립하려는 파시스트들의 폭동이 벌어졌다. 파시스트들의 폭동은 거의 성공할 뻔했으나 프랑스 전역에서 반파시즘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져 이 책동을 막았다.

 

제1차 인민전선 정부의 출범을 바로 눈앞에 두었던 시점인 1936년 5월 중순, 공장 점거를 수반한 전례 없는 대규모 파업운동이 일어났어요. 1936년 1월부터 5월까지는 매월 평균 파업 건수는 약 45건 정도였고, 파업참가자 수는 9,000명에서 많게는 1만 4,000명 정도였습니다. 6월 들어 파업 건수는 1만 2,142건, 파업참가자 수는 183만 938명이었고, 공장 점거 파업 건수는 8,941건(전체 파업 건수의 74%)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7월의 경우 파업 건수는 1,751건이었고, 파업참가자 수는 18만 1,471명이었죠.

1936년 5~6월 파업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을 나타냈습니다. 5~6월 파업운동은 역사상 유례없는 폭발성을 드러냈고, ‘근대적 공장 프롤레타리아트’가 파업 참가자의 주류를 이루었으며, 공장 점거라는 새로운 투쟁 형태를 취했죠. 파업운동에서 제기된 요구는 경제적 요구와 노동조합 권리에 집중되었지만, 대규모 파업투쟁은 어차피 정치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5~6월 파업 투쟁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가져다주었어요. 노동조합과 기업주 단체 사이에 체결된 ‘마티뇽 협정’은 임금인상을 비롯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조합의 기본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뒤이어 인민전선 정부는 주 40시간 노동일제와 유급휴가제, 단체교섭권의 보장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제도 도입, 사회보험제도의 개선을 위한 입법화를 추진했습니다.(이주환, 프랑스에서 전개된 인민전선운동, 노동사회, 201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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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프랑스 2월혁명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 격화는 노동자계급뿐만 아니라 전 민중이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프티 부르주아지의 이해관계에 맞는 법률도 제정되었어요. 농민・소상인・수공업자에 대해서는 특별융자제도가 도입되었고, 이들에게는 납세 유예가 인정되었죠. 농민들을 위해서는 농산물 매입 가격이 인상되었습니다. 프랑스 은행의 개혁이 법률화되었는데, ‘200 가족’의 권리가 제한되었고, 새로 창설된 은행 이사회에 정부와 경제 그리고 사회단체의 대표가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수산업의 최대 기업을 국유화하는 법률이 제정되었죠. 그리고 6월18일 정부는 이전에 공포했던 파시스트 단체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재확인하였습니다.(the USSR Academy of Sciences, 1985 Volume 5: 335)(같은 글)

 

프랑스 노동자 민중은 러시아처럼 혁명으로 나아가는 대신에 복지국가를 투쟁의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 자본가들은 노동자 투쟁의 약화를 틈타 시시각각으로 이 선물을 강탈할 기회를 엿봤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들이닥친 신자유주의 긴축 정책은 프랑스 복지국가를 무너뜨렸다. 프랑스 권력은 예외 없이 민중복지를 공격하면서 긴축정책을 국정 최고의 목표로 삼았다.

 

이들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31.4%(2022년 기준)이 갖는 실질적 힘이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은 개인과 가계가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위험을 사회 전체의 연대 책임으로 대응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것이 다시 사회적 연대를 존중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프랑스 사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 사회보장 지출 OECD 1위 자리를 핀란드에 내준 프랑스는 다음해인 2024년에는 오스트리아, 핀란드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지난 2월 프랑스 취약계층주거재단(Fondation pour le logement des défavorisé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내 홈리스는 2012년 14만 명에서 2024년 기준 35만 명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유명 관광지 인근에도 텐트를 치고 사는 이들이 있으며, 인문사회과학 박사 이상 연구자들이 정규직을 얻기 어려운 취업난도 지속되고 있다.

2008년 이래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높은 청년 실업률과 낮은 정치적 효능감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겠다는 청년들의 이탈도 두드러진다. 경제 위기의 대안 제시에 실패한 기존 좌우 정치세력에 대한 실망으로, 2024년 6월 말 1차 조기 총선에서 이주민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 연합이 무려 33%를 득표하면서 선주민 뿐만 아니라 이주민의 삶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이미애, “프랑스 시위가 '복지 과잉' 때문? 시민들의 실제 목소리”, 프레시안, 25.10.17.)

 

사회복지는 사회적 대화나 노사대타협의 결과도 아니라 격렬한 투쟁의 결과다. 사회복지는 개량의 산물이 아니라 혁명의 산물이다. 사회복지는 노동자 민중의 격렬한 투쟁으로 이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게 될 상황에서 자본주의 지배를 지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자본과 국가의 양보로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과 자본가들의 체제수호의 힘이 격렬하게 부딪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내부 노동자계급의 혁명투쟁의 약화에 더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 동유럽과 소련 사회주의의 해체는 서방 국가들이 복지국가를 후퇴시키는 외부적 요인이 되었다. 자본주의의 대안이 되었던 사회주의가 해체된 지금 자본가들은 더 이상 노동자 민중에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전체 프롤레타리아와 프랑스 자본·국가의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와 자본가들의 긴축정책과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복지 중간의 타협점은 없다.

이 투쟁은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이 그랬듯, 프랑스 전체와 유럽을 뒤흔들었던 1968년 혁명을 연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68혁명은 “상상력에게 권력을!”이라는 구호가 상징하듯 프랑스 자본주의 체제를 뒤바꿀 전망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68혁명의 성과는 신좌파(New Left)의 등장과 환경·인권·문화운동을 낳았다. 이 운동은 프랑스 노동자 민중의 계급투쟁을 강화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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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무한경쟁,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3포, 5포, 7포로 체념하며 절망하고 미래의 꿈을 잃어버리고 있다. 청년들은 중장년 세대가 자신들의 몫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이 체제나 권력이 아닌 다른 세대를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틀딱, 연금충, 꼰대, 영포티 등 다른 세대를 향한 조롱과 멸시로 자신들의 안녕하지 못한 삶을 위무하고 전가하였다. 청년 세대들 사이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적대감도 깊어지고 있다. 청년들 상당수는 극우화 되었다. “분열하여 통치하라”는 무한분열과 반공주의 조장이 청년들의 극우화의 원인이 되었다.

프랑스 당국의 극한투쟁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청년들은 다른 세대, 교사들을 대상으로 분노를 쏟아 붓고 조롱과 원망을 하지 않고 프랑스 권력과 자본을 대상으로 싸우고 있다. 이 투쟁 속에서 연대성을 배우고 진보적 세계관으로 무장해 나가고 있다. 똘레랑스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복지사회가 추락한 프랑스 기존 사회를 대신해 이들 청년 세대들이 프랑스 사회를 지금 보다 아름답게 이끌어 갈 것이다.

“상상력에게 권력을!”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게 권력을!” 파리꼬뮌의 나라, 프랑스 청년들이 역사로부터 배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