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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지 말고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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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국민주연합 조회79회 작성일 26-09-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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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 백철현 편집위원




1970년대 악랄한 수출자유지역이 2026년 메가특구로 되살아난다

 

"고개 들지 마! 고개 들지 말고 일해!"

갑자기 반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일본인 시라이시 부장이 작업장보다 3미터나 높은 센터에서, 팔장을 끼고 노란 금테 안경 너머로 내려다보고 서 있는 모양이다. 이런 경우 잡담을 하거나 작업 외에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눈에 뜨일 경우, 그 소속 반장은 물론 주임, 계장까지 센터로 불려가서 호된 책임 추궁을 당하기 때문에 모두들 겁을 먹고 있는 거다.(<내 추억속의 그 이름>ㅣ128화, "고개 들지 마! 고개 들지 말고 일해!", <내 추억속의 그 이름 131>공장일기<20>
이종찬, 오마이뉴스, 2004.01.15.) 

위 글은 최순임(본명 고경엽)이 1982년 동인지 《마산문화》를 통해 발표한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최초의 노동소설 중 하나인《수출자유지역의 하루》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 소설은 가상이 아니라 당시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적나라한 노동현실이었다.

주식회사 삼미에 근무하던 여성노동자였던 소설의 작가 '최순임'은 당시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무권리한 노동현실을 또 이렇게 고발했다.
 

"영순이는 지난해까지 자취할 때의 생활을 생각해 본다. 급료 절반이 방세로 지출되다 보니 저축은 생각지도 못했고, 절약하기 위해 친구와 같이 생활해도 연탄값, 쌀값을 제외하고 나면 부식비가 적어 김치 하나만 담가 놓고 먹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아침은 굶을 때가 많았으니까 지금의 기숙사 생활은 너무 편안했다. 매끼 230원 정도의 식대로 짜인다는 식단이지만,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하루를 출근하면 고작 2100원을 주면서 하루 결근에는 6630원이나 공제를 해 버리다니……. 다행히 그달은 잔업과 특근수당을 1만 5000여 원 받았기에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다달이 불입하는 재형저축 3만 원을 내고 남은 것으로 한 달에 두 번 가던 고향에도 못 가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술도, 편찮으신 어머니의 약 한 첩도 못 지어 드릴 뻔했었다."(최순임, 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청춘을 울리다, 경남도민일보, 2015.05.01.) 

박정희는 1970년 '수출자유지역 설치법'을 제정해 마산뿐만 아니라 구미(수출산업공업단지), 이리(익산) 등지에 공업지대를 설치했다.

박정희는 수출자유지역에서의 무제한의 착취를 위해 같은 해에 "수출자유지역설치법"과 "외국인투자기업의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에 관한 임시특례법"을 제정했다.
박정희는 이 법률로 제품의 수출입 절차 자유화, 입주업체가 수입하는 원재료ㆍ부품ㆍ반제품에 대한 관세ㆍ특별소비세 전액 면제, 소득세ㆍ법인세ㆍ재산세ㆍ취득세 최소 5년간 면세 등 무제한의 특혜와 지원을 제공했다.
반면 "외국인투자기업의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에관한임시특례법" 제4조에서는 "(노동조합의 설립신고) 외국인투자기업체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조합법 제1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에 규약을 첨부하여 노동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제5조 (노동쟁의의 신고) ①외국인투자기업체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한 때에는 관계당사자는 노동쟁의신고서에 노사협의경위서를 첨부하여 지체없이 노동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6조에서는 (노동쟁의조정절차) ①노동청장은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신고된 쟁의가 적법한 것이라고 판정한 때에는 지체없이 조정위원회의 조정에 회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조정ㆍ직권중재에 따라 모든 쟁의행위는 무력화 되고 파업권은 봉쇄되었다.
무엇보다 파업권 봉쇄 이전에 어용관제노조를 통해 노조 설립이 무력화 되거나 자주적 노조는 대대적인 탄압을 받아 설립 자체가 봉쇄되었다.
저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연장근로와 잔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수출자유지역에서의 노동시간은 하루 12~16시간의 상시적 장시간 노동이었다. 또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철야가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휴일도 없이 주 7일 출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수출자유지역 지대는 근로기준법의 예외 지대였다. 외자 유치 기업들의 편의와 수출 실적을 위해 관리 당국의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입주 기업들의 근로기준법 위반(저임금,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등) 행위가 묵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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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메가특구법은 21세기 수출자유무역지대


이재명 정부는 2026년 6월 29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3대 메가특구 사업을 발표하고 8월에는 인허가 및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을 위한 이른바 '메가특구특별법'의 연내 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 사업에는 4,700조의 투자액이 들어간다.

이재명 정부는 이 사업이 박정희 시대의 수출자유지역을 모델로 했다는 것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수출입국에 길을 열었고 2000년대 김대중 정부는 IT 기술 대국의 길을 닦았다”고 했다.(李, 박정희·DJ 언급하며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역사적 결단”
동아일보, 2026-07-02)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역시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 프로젝트'가 과거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와 비견될 만한 차원이 다른 규모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다른 게 있다면 박정희 수출자유지역은 수출입국이라는 기조를 내걸었다면 지금은 첨단산업 투자와 지역균형발전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신기술 도입이 기술발전이고 대규모 투자가 고용과 지역균형 발전을 가져온다면 그 자체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노동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신기술 도입은 자본의 착취에 저항하는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특히 에이아이 시대 기술발전 속도만큼 실업은 재앙적 수준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수출자유지역에서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메가특구에서도 자본에게 최대한의 특혜와 편의를 제공하고 노동권을 무력화 하는 것이 투자유치의 조건이 되었다.
 

"문제는 장밋빛 청사진의 뒤편에서 흘러나온 노동정책이다. 아직 정부의 최종 법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잠정안에는 반도체 특별법 담으려던 연구개발 직군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 파견 허용 업무와 파견노동자 사용기간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상위 일부 노동자에게 노동시간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까지 언급됐다."(손정순 기자, ‘메가특구법’에 어른거리는 개발독재 노동정책 DNA,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2026.08.05.)

* 이그젬션(exemption)은 면제라는 뜻으로 이른바 일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수출자유지역ㆍ메가특구;
법적 기준을 무력화 하여 무법지대화



수출자유지역이나 메가특구는 자본에게 무한착취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무한착취의 걸림돌이다.
이미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일일 8시간 노동, 주 6일 48시간으로 규정하였고 노사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으면 1주일에 최대 6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였다.
한국전쟁이 끝나기 전인 1946년 토지의 유상몰수 유상분배 토지개혁법과 함께 일찍이 8시간 노동제가 제정되었던 것은 러시아혁명 이후 8시간 노동제의 제정과 조선에서 1946년 3월 5일 무상몰수 무상분배와 1946년 6월 24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실시한 결과이다.
엥겔스가 “전투가 끝난 후 승리한 계급이 확립한 헌법”(엥겔스가 베를린의 프란쯔 메링에게, 1893년 7월 14일)이라고 규정한 것처럼, 법은 승리한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헌법은 계급투쟁의 결과, 승리한 새 지배계급의 전리품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승리한 계급이 차지하는 전리품이라 할지라도 전투의 일부 또는 전투에서 패배한 상대세력들의 요구나 투쟁을 부분적으로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 전투에서 패배한 반대편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4.3제주항쟁을 무참하게 짓밟던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 제출된 1948년 대한민국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근로자 이익균점권”이나 “기업운영참가권”이 제출되었으나 격렬한 논란을 거쳐 결국 “근로자 이익균점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심지어 제헌 헌법안의 기본정신은 “민족사회주의”나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 제헌헌법에 도입된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은 1960년 헌법까지 유지되었으나 5·16 쿠데타 이후 제3공화국 헌법에서 삭제되었다.
민중의 저항이 가장 격렬하게 표출될 때 혁명을 막기 위해서 기만적이더라도 민중의 요구 일부를 법에 명시했던 것이다.
1970년 평화시장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던 것도 군사폭압 정권인 박정희 시대에도 명목적으로도 근로기준법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동권을 무력화 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의 예외 지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예외 지대는 예외지대만의 특수한 조건을 규정하는 것을 넘어 근로기준법을 전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하나의 일반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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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SN


실제 박정희 정권은 수출자유지역에서 효과를 본 노동 통제 방식을 전국·전 산업으로 확장하고자 했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1971년 12월에 전격 통과된 '국가보위법(국가보위에관한특별법)'이다.

급기야 1972년 유신헌법이 제정되면서, '공공복리'와 '국가안보' 명목으로 국가보위법 체제 하의 노동권 제한 조치는 헌법적 수준에서 공식화·상시화되었다.

이로써 박정희 시대는 노동자에게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무권리로, 자본가에는 국내외 자본의 천국이 되었다.
이번 메가특구에서도 지주회사 계열사 간 수평출자 허용, 손자회사 지분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력 집중(독점)과 총수일가의 지배력를 확대하는 특혜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수출자유무역 지대처럼 환경규제도 완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권과 사회전체의 이해를 위한 자본규제의 완화를 메가특구 자본유치의 조건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권은 사회적 저항에 부딪치면서 무산된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라는 규제완화를 메가특구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밖에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 파견 허용 업무와 파견노동자 사용기간 확대 등은 경총, 전경련 등 자본가집단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노동유연화였다.
소득 상위 일부 노동자에게 노동시간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규정을 메가특구에 적용하고 이를 근거로 메가특구 밖, 소득 상위 이하의 노동자들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동반자가 된 뉴라이트와 자유주의자


"위안부는 매춘 일종"이라면서 일제의 전쟁범죄를 옹호하던 류석춘은 "식민지 근대화론은 단절된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의미있는 작업", "식민지 한국에서는 다른 유럽 동남아 식민지와는 달리 상당 규모의 인구가 농촌에서 산업부문에 유입돼 근대적 규율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다"며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하였다. 뉴라이트 류석춘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친일 논리로부터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라는 책에서 전태일 열사가 고임금을 받아 착취가 없었고 "박정희 시대의 노동자들이 정말 ‘착취’를 당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광범한 중산층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류석춘의 한국사회 읽기 〈4〉 “박정희가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월간조선, 2017.01.31.)라며 친독재 주장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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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류석춘은 친일 반민족주의자들이 친미 군사독재 옹호자들로 발전한 전형이다. 류석춘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민족을 말살하고 노동자ㆍ농민ㆍ지식인 할 것없이 절대 다수 조선인들의 생존권과 정치적 권리를 말살하고 조선의 원료, 곡물 등을 수탈한 과정을 은폐하고 옹호한 논리로, 반공 논리로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고 노동권을 말살하고 국내외 자본의 무한 이윤추구에 복무해 왔다는 점을 은폐하고 옹호한다. 류석춘은 노동자 민중의 삶이 나아졌다면 그것은 박정희와 자본의 시혜가 아니라 목숨 건 희생과 피땀어린 투쟁의 결과라는 점을 은폐하고 있다.
노동자 무권리와 자본 특혜 수출자유지역 유치가 수출신장에 기여하고 한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박정희의 논리가 메가특구로 더 거대한 자본투자와 규모로 되살아나고 있다.
독일에서 봉건 세력을 대신해 신흥 지배계급이 된 자본가들은 과거 봉건지배 세력과 협력하였다. 이와같이 뉴라이트를 비난하던 자유주의 세력들이 권력을 잡고서는 박정희 시대의 노동착취를 모델로 삼아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대거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과 반민주를 비난하고 권력에 오른 세력들이 시대착오적이었던 윤석열을 따라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은 메가특구 자본유치를 위한다는 명복으로 자본가들에게 90도 절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은 지난 9월 3일에는 자본가들을 위해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통해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위배하고 헌법상 노동3권을 침해하는 독소 지침을 발표했다.
노조법 2, 3조 개정을 무력화 하는 창구단일화 강제 시행령, 공공부문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해석지침 등으로 원청교섭을 가로막고 노동3권을 훼손하고 있다.
1970년대의 수출자유지역이 2026년의 메가특구로 재현돼 개발 착취 논리가 횡행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의 반노동자적 반민주적 사회퇴행에 맞서 전면에서 싸웠듯이 반동적 흐름을 저지해야 한다.
안일함, 모종의 기대와 환상과 결별하여 밖으로는 침략전쟁 동참 기도를, 안으로는 노동자 적대를 기도하는 이재명 정권에 맞서 머리띠를 다시 묶고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